얼굴, 목 아토피 참기 힘든 가려움 머리카락 다 잘라버려야 할까요? (양천구 신정동 중학생/여 아토피피부염)
2023.03.23
안녕하세요, 닥톡-네이버 지식iN 상담한의사 임은교입니다.
아토피가 있으면 면역반응 문제로 바이러스와 같은 유해물질이 아닌 '먼지' , '꽃가루' 와 같은 공격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게도 면역작용(=염증)이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건조하고 가려우며 외부 환경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는 피부 상태입니다.
그런데, 아토피 환자분들 중 똑같이 아토피가 있어도 ‘유난히 무언가에 닿았을 때 가려움을 크게 느낀다’ 호소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대표적으로 머리카락이 닿는 부위 가려움증이 심한 분들이나 여성분들 중 가슴 아토피 증상이 속옷의 끈이 닿는 부위에 유난히 강하게 나타나는 경우를 들 수 있는데요.
이러한 케이스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살에 닿는 감각이 유독 과민해지는 '촉각방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촉각방어란 살에 닿는 감각이 유독 과민한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촉각방어를 가진 사람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자극에도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예를 들면 목도리를 매거나 목 티를 입을 때 목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싫고 갑갑한 느낌이 들어 잘 입지 못한다거나, 손에 반지나 액세서리 착용하는 것을 꺼리거나 속옷이 닿는 것을 꺼리는 것이 모두 촉각방어의 일종입니다.
그런데 일부 아토피 환자분들에게서 마치 촉각방어가 있는 분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나타난 부위와 그 주변 부위가 쓸리거나 눌리는 감각에 둔감해지지 못하고 굉장히 예민한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질문자님과 같이 머리카락이나 속옷, 양말 등이 피부에 닿는 부위가 유독 자극이 되고 가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아토피피부염과 촉각방어 사이 영향이 있는, 촉각방어에 의해서 가려움증으로 발전한 케이스로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해당부위가 항상 자극에 민감한 상태이기 때문에 가려운 증상도 더 강하게 느끼게 되고.
진료 시 '머리카락이 조금만 건드려도 가려워서 벅벅 긁게 돼요.' '옷 닿는 느낌이 한 번 느껴지면 그때부터 미친 듯이 정신 놓고 긁게 돼요' 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촉각방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다보면 결국에는 신체 다른 부위 중 마찰이 많은 곳이라면 어디든 아토피나 습진이 잘 발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려운 증상이 심하다 얘기주신 부위 외 바지의 허리선이 닿는 부위나 사타구니의 팬티라인, 겨드랑이의 옷 시접 닿는 부위에도 아토피나 습진 증상이 동반되고 촉각방어의 영향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무언가 조금만 닿아도 가렵다면 신경계 열 해소가 중요]
촉각방어의 영향으로 아토피 증상이 시작되고 악화되는 환자분들은 치료법도 그에 맞추어 달라져야 합니다.
대체로 신경계는 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떤 물건을 만지거나 쓰다듬을 때 손이 꽁꽁 얼어있으면 감각이 둔해져서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손이 따뜻하면 물건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까칠한지, 따뜻한지 까지도 보다 상세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가려움증을 느끼는 신경 또한 따뜻한 온도에서 더 활성화 되고 차가운 온도에서는 덜 활성화 되기 때문에 아토피나 습진이 있는 분들은 가려움증상이 극심할 경우 냉찜질을 해서 피부의 온도를 낮춰주면 순간적으로 가려움증이 덜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우리 몸에서 열이 불필요하게 많아지거나 많아진 열을 잘 배출해내지 못하면 감각이 더욱 예민해지게 되기 때문에
이런 케이스의 분들은 치료를 통해서 피부뿐만 아니라 ‘몸에서 과도하게 열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 불필요하게 쌓인 열을 잘 해소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단순히 찬물로 자주 샤워를 하거나 찬 음료를 마시는 것, 오이나 상추 같은 찬 성질이 있다고 알려진 음식을 자주 먹는 것만으로는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관리는 말 그대로 치료를 돕기 위한 관리법일 뿐 치료법이 될 수는 없습니다.
땀 분비에 문제가 생겨 열이 해소 되지 않고 있을 수 있고, 만성 비염과도 같은 증상이 있어도 몸에서 열이 잘 해소되지 않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정말 너무나 다양한 체내 문제 요인들이 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내 몸에 불필요한 열을 만들어내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는 것이 최우선되어야 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증상과 원인에 맞는 유형별 치료의 필요]
아토피가 난치 질환인 이유는 외부로 나타나는 증상은 다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촉각방어와 연관 있는 아토피피부염의 경우도 체내 열을 유발시키고 해소되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는 문제 요인이 단순하게 몇 가지로 정의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합니다.
그래서 아토피피부염의 치료는 염증반응의 결과(=증상)만이 아닌, 염증반응을 유발한 원인과 과정까지 모두 고려한 ‘내가 해당하는 유형에 맞는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아토피·습진, 피부 가려움증은 '각질증식형' '부종형' '땀띠형' '식이장애형(소화기염증형)' '발적형' 다섯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볼 수 있는데
아토피습진, 가려움증 환자들 중 가장 많은 분들이 해당되는 유형인 '각질증식형’ 설명을 통해 유형별 치료법에 대해 예시를 들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각질증식형은 과거 아토피습진 환자였던 제가 해당되었던 유형이기도 합니다.
이 유형에 해당하시는 환자분들은
아무리 피부에 보습을 해보아도 건조해 죽겠다.
5분만 지나면 이미 보습제가 싹 말라서 없어지는 것 같다고 표현을 하시곤 합니다.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기 전부터 건성피부여서 피부가 촉촉한 편은 아니었는데 아토피가 생기거나 심해지면서 피부건조증이 악건성 수준으로 안 좋아졌다고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핵심 증상 또한 아토피 증상이 심해지면서 각질이 매우 많아지는 것 입니다.
이러한 각질증식형에 해당하는 분들이 가려움증으로 인한 수면방해도 가장 심하게 겪는 모습을 보입니다.
▶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피부, 점막이 건조해져 아토피·습진 증상이 시작되고 악화된다면
면역력을 저하시키면서 몸에서 수분이 자꾸 빠져나가게 만드는 요인을 파악한 후, 몸에 수분이 잘 머금어 지고 수분감이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만성 피부질환의 경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수분공급, 보습제를 잔뜩 발라주는 것만으로는 건조감이 해결될 수 없습니다.
특히 직업적 문제로(직장 때문에, 수험생이어서 등)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문제가 되는 생활습관의 교정 또는 면역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추가적인 관리가 어려운 환자분들이라면
수면의 질을 높이고 잠을 자는 동안 이뤄져야 할 신체 기능 및 대사를 원활히 하는 방향으로 한약을 처방하고 면역력 회복을 돕게 되면 생활습관 관리를 완벽히 하지 못하더라도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약과 연고 외에도 한약 치료를 통해 이러한 효과를 유도할 수 있고, 때문에 한의학적 치료로 아토피습진과 같은 만성 피부질환의 치료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처럼 아토피피부염의 원인과 유형파악은 드러난 증상만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특정 검사의 결과 값만으로도 답을 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진료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여 꼼꼼하게 환자분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확인하는 문진을 통해 문제가 되는 원인과 유형 파악이 가능할 수 있으며,
나에게 맞는 원인과 유형을 찾아 각각의 환자분에게 맞는 치료와 관리를 하게 되면 평생 나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아토피 증상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습니다.
오랜 증상들로부터 벗어나 훨씬 더 나은 삶을 되찾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23.03.23
